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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썰 백업

[운없는남자]

*과몰입금지. 내 마음대로 쓴 연성이라 이게 뭐지 싶을수도 있음.
*이상함 주의


인물소개 및 설정

캘리칼리 데이비슨:
NYPD 99번 관할서의 덩치좋은 형사. 서글서글한 편이지만 덩치와 다르게 나서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며 몸을 잘 사리는 편이다. 필요하다면 나서지만 굳이 먼저 나서지는 않는 타입. 은글슬쩍 사고를 치고는 능글맞게 카르나르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변명을 하는 포지션이다. 그의 파트너인 단답벌레는 아예 포기한 듯하다. 자리를 자주 비우는 파트너를 대신해 항상 대기상태로 서에 남아있는 일이 많다.

카르나르 융터르:
NYPD 99번 관할서의 형사. 높은 직책으로 캘리칼리, 곽춘식의 상사이지만 하루가 사고치는 비율이 늘어나는 캘리칼리 덕분에 명상하는 시간이 다수. 형사질은 돈이 안된다며 겸업으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단골도 상당히 있는 편이다. 서에서 곽춘식을 빼고 다 알고있다. 진상이 쫄아 눈치를 볼만큼 낮은 목소리가 특징이다. 정작 본인은 왜 사람들이 자신을 어려워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듯.

곽춘식:
NYPD 99번 관할서의 형사. 융터르가 의지하는 형사 중 한명으로 군대식 말투가 특징이다. 실제로 군에서 일했었으며 사격만큼는 TOP급. NYPD 99번 관할서의 형사들 중 거의 유일하게 정상인의 행보를 보인다. 쌓이는 스트레스와 다르게 생각보다 마인드컨트롤로 본인을 잘 가다듬는 편. 그가 화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그가 빡쳤을 때에는 근처에 오지 않는다. 총을 쏠 수도 있어...ㄷㄷ

부정형인간:
NYPD 99번 관할서에 찾아온 신고자.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며 신고내용을 접수해서 찾아오게 되었다. 비정상적인 형사와 경찰 사이에서 고생중. 자신이 제대로 서에 찾아온 것은 맞는지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with. 캘융부춘


아, 일하기 싫구만. 서에 우렁차게 울리는 캘리칼리의 목소리에 성실하게 일하고 전화응대를 하던 모든 형사들의 표정이 구겨진다. 누구는 열심히 일하는데 말이야, 궁시렁거리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그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며 형사들이 힘없이 중얼거리는 사이 서장의 서늘한 경고가 날아든다. 해야할 일에 대해서 거부하고 불만사항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의욕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군요. 동굴같이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타이르는 말에 캘리칼리의 미간은 보기좋게 구겨진다.

말이라도 못하나! 항의하는 말에 서장은 픽 웃으며 이번에 좋은 건수 잡히면 승진을 시켜줄지도 모른다는 말을 떡밥처럼 무심하게 던져넣었고 캘리칼리는 오케이, 그렇다면야. 그제서야 일어서 이제 좀 펜을 잡아보려던 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린 것은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소리였다. 팍 찌그러진 얼굴로 전화기를 잡아뜯듯 낚아챈 그가 다소 성이 난 목소리로 사납게 전화를 받고 융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남는 인력,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 진정시킬 수 있을만한 사람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곧 눈을 반짝이며 진술서를 기록하고 춘식을 발견한 카르나르가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린다. 가서 전화 뺏어주겠습니까, 춘식.

아니나 다를까 그의 염려대로 싸우듯이 윽박지르고 있는 모습은 누가보아도 싸우고있는 모습이었지 신고를 접수받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일단 힘없이 다가가 수화기는 빼앗았으나 그 다음 명령을 위해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시야에서 신속하게 사라진 카르나르의 모습에 춘식은 하마터면 그대로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 그리고 그가 있던 자리에는 '민첩한 하루 되시길'이라는 문구만이 칠판에 놀리듯 쓰여있을 뿐이었다.

결국 자기한테 수화기를 넘기라며 성화를 부리는 캘리칼리를 밀어내고 춘식이 심드렁하게 응대한다. 에, NYPD 99번 관할서 전화받았슴돠. 그리고 이어 들리는 말은 속삭이다 못해 아예 지하로 들어갈듯한 소심한 목소리였다. 성격좋고 서글서글한 곽춘식이 열 다섯번이 넘도록 다시 물어볼 정도였으니 캘리칼리가 싸우듯 소리지르던 응대도 이해했다.


[아..저.. 그게요... 제가..위협을..받고있는 것 같은데...]
"신고자분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혹시 큰소리로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십니까?"
[아, 아뇨.. 이..이게 최대로 말하고있는건데..]


결국 서른번의 질문을 통해서야 자신이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고있는 것 같다는 신고자의 말을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춘식의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올듯 움찔거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캘리칼리는 소리지르기를 관두고 얌전히 자리에 앉아 습관적인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차근차근 물어보는 춘식의 목소리에 움찔거리며 눈치를 보았다. 곧 득도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수준이 되어서야 겨우 신고자로부터 직접 오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춘식이 끝까지 상냥하게 그럼 기다리겠다고 답하고는 그대로 수화기를 집어던지듯 내리쳐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수화기가 플라스틱 조각이 되어 흩날리는 것을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캘리칼리가 쭈그리가 되어 눈치를 보는 사이 어느새 돌아온 카르나르만이 한숨과 함께 춘식에게 신고내용을 물어볼 뿐이었다. 이마의 혈관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탈출하려는 것을 실시간으로 감상하며 카르나르 또한 춘식이 언제 폭발할까 불안해하는 표정이었고 그들의 불안과 달리 춘식은 끝까지 화를 내지 않으며 부처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조만간 공중부양도 가능할 것 같은데'


이 생각까지 입밖으로 내면 뭐가 날아와도 제대로 날아올 거라고 믿으며 캘리칼리는 입을 다무는 선택을 했고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동료형사가 고개를 빼곰히 내밀며 언제부터 불교를 믿기 시작하게 되었냐고 감탄하는 것을 향해 서류철을 곧게 던져 그대로 이마에 박아버린 춘식의 훌륭한 명중률에 박수까지 치고싶었지만 정말 그랬다가는 죽을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난 오래 살고싶단 말이지. 캘리칼리는 중얼거리며 청력이 좋은 춘식의 눈초리를 피해 시선을 돌렸고 고개가 180도로 돌아간 캘리칼리를 한 3분쯤 쏘아보던 춘식은 마침내 현관쪽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불붙은 눈동자를 드디어 치워주었다.

그곳에는 온몸을 붕대로 감고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저거 사람 맞지? 온몸을 석고붕대로 둘러서 뒤뚱뒤뚱 걸어오고 있는 거 말하는거면 아마 맞을겁니다. 저걸 사람이라고 보통 부르던가? 자네 말해보게, 나만 요새 유행에 좀 뒤쳐진거야? 그게 요새 젊은애들 유행이면 진짜, 진짜 전 어울리고 싶지 않슴돠. 저도 무의식적으로 저건 좀 지나치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오, 저랑 같은 생각이시지 말임돠. 그..으래서 저게 신고자인가? 확실히 신고당할만한 비주얼이기는 함돠. 저라도 신고했을 것 같은데요?

셋의 도란도란 다정한 이야기를 들으며 마침내 석고붕대는 도착했다. 저 좀 꺼내주실래요, 앞이 안 보이게 되면 전 시야확보가 되지 않아서 넘어져버릴것이구 넘어져버린 저를 구경하고 조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울며 저는 결국 혼자 일어서야 할 것이고.. 전화 내내 들었던 목소리에 춘식은 기꺼이! 라며 근처에 있는 연필꽂이통을 집어들었고 그대로 머리를 향해 내리치려는 것을 캘리칼리가 들어올려 물리적으로 진정시켜주었다. 아 놔보십쇼, 저거 단단해서 부숴줘야 하는 건 맞지 말입니다!

결국 카르나르가 낮은 목소리로 느긋하게 그의 신고내용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서 물리적으로 진정이 된 춘식이 심리상담가를 해도 잘했을 것이라는 진실된 한줄 감상평을 남겨주었다. 실제로 그가 형사질은 돈이 안된다며 몰래 겸업을 하고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캘리칼리만이 그의 눈을 피하며 으응, 확실히 그렇지..라며 동의를 해주었다. 어정쩡한 말투에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고는 찌푸린 눈빛으로 춘식이 나머지 숨겨진 답을 재촉했지만 캘리칼리는 말하면 자기가 잘린다며 입을 다물었고 결국 카르나르의 상담이 끝날 때까지 뚱한 표정으로 앉아버린 춘식을 달래야했다.


신고자의 내용은 즉슨 이러했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 틀림없고, 실제로 서까지 오는 내내 죽을뻔한 위협을 수십번도 더 느꼈다는 어찌보면 오컬트적인 이야기. 그러나 그와 한시간 정도 있자 그의 염려는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딱 뜨거운 물을 들고 돌아가니 생기는 볼펜, 그리고 그것에 걸려 넘어지는 동료형사의 커피는 꼭 항상 왜 신고자를 향해 날아가는지, 그가 신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들어올린 것이 다 고장난 펜이었는지. 결국 새로운 펜을 가지러 가기 위해 카르나르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딱 그 자리를 피해 날아오는 온갖 서류철, 그리고 시야를 아득하게 가리는 흰 종이들의 향연에 카르나르는 인정해주었다. 부정형인간님께서는.. 그.. 엄청나게 운이 없으신 모양이군요.. 운이 아니라 필시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울먹거리는 그의 애원에서 결국 캘리칼리와 곽춘식은 외근명령을 받았다.

중간에 캘리칼리의 저건 운이 안 좋아서라는 확신에 가까운 대답에도 카르나르 또한 동의하지만, 일단 신고를 받은 이상은 조사해야한다는 말에 부루퉁하게 앉아 파트너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그를 움직인 것은 외근보너스였다.

신고자의 집까지 찾아가서 정말 트랩은 없는지, 주변 탐문조사와 함께 지키라는 명령을 받은 춘식은 간만의 외근에 눈을 반짝이며 자리에서 튀어나갔고 차에 시동을 걸어둬야겠다며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는 캘리칼리 또한 즐거워보였다. 저.. 저 조사하러 가시는 거 맞죠? 황당해하는 부정형인간의 물음은 덤이었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두고 춤까지 추며 흥겹게 신고자의 자택으로 향하는 사이 부정형인간만이 연신 황당해하는 표정에서 불안해하는 표정, 마침내는 의심스러워하는 표정까지로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집에 도착해서야 둘은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싸늘한 눈빛으로 과학수사대를 부를 일인지, 그들 선에서 해결할 일인지를 가늠하는 캘리칼리와 날렵하게 움직여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살피는 춘식의 모습에서 아예 지하로 뚫고 내려가버린 신뢰도를 어느정도 회복한 부정형인간이 불안해하며 현관문 앞에 서있었을 때, 떨어지는 화분의 기척을 느낀 캘리칼리가 화들짝 놀라며 그의 멱살을 잡아 집 안으로 들였고 그가 서있던 자리에 떨어진 화분과 비명소리, 그리고 괜찮냐고 다급하게 물어오는 목소리에서 캘리칼리는 울컥 화를 느꼈다. 자네 지금 사람 죽일 뻔했어!! 날카로운 지적에 미안하다며 우는 사과를 들을 수 있었던 부정형인간이 손을 저으며 괜찮다고 말을 해서야 겨우 화를 가라앉힌 캘리칼리는 아찔하던 감촉을 떠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이거 쉽지 않겠군.

이후 그의 집에서도 철없는 어린아이가 던진 돌에 맞아 죽을 뻔했던 일, 어처구니없게도 고양이 전용 문으로 날아온 오리가 부정형인간을 물어 창밖으로 떨어질 뻔한 일, 게다가 사용하던 토스트기가 터진 점 등등을 겪으며 아예 생고생이라는 고생은 다 하는 중이었다. 외근으로 신이 났던 그들의 표정이 구겨지기 시작하는 것은 당연했고 마침내 5시간에 걸친 조사를 끝내서야 그들은 결론을 내주었다. 원한다면 과학수사대를 불러주겠지만 전혀, 이 집에는 당신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자네 정말 운이 더럽게 없군! 하하하!!"


유쾌한 캘리칼리의 일갈에 그제서야 부정형인간은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 운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왈칵 쏟아져나오는 눈물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곽춘식의 로우킥을 맞고서야 아픈시늉을 하며 입을 다문다. 아니라며 달래주기는 하지만 경호업체를 고용해보는 것은 어떻게 다정하게 위로를 건네는 춘식의 말에 더 아파 와앙 울어버리는 부정형 인간 앞에서 두 형사는 쩔쩔매며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캘리칼리님. 자네 말이 더 아팠네만. 그렇게 주고받는 눈빛조차도 상처받은 부정형인간이 혼자 있고 싶다며 어쨌든 확인은 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들을 쫓아냈고 둘은 눈치를 슬그머니 보며 머뭇거렸다.

이대로 돌아가면 융터르씨가 화내시겠죠? 그 양반 잘 화 안내는데? 소리는 안 지르시죠, 근데 조곤조곤하게 패시잖아요, 자네 때릴데가 어디있다고 때리겠나. 둘이 심각하게 얘기를 주고받으며 차에 탄 순간 그들이 틀어두었던 요란한 음악이 쿵짝거리며 박자에 맞춰지고 둘은 서로를 잠시 마주보다가 피익 웃어버렸다. 뭐 신고자 본인이 만족스러운 조사였자면 그걸로 충분한거지 말임돠. 그렇지!


유쾌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아 마저 음악을 즐기는 그들의 뒤로 부정형인간의 뒷모습이 시무룩하게 비추어졌다. 차가 흔들릴 정도로 까닥거리며 리듬을 타던 짧은 시간이 끝나고 그들은 곧 서에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지 들어갈지에 대해서 사소하게 투닥거리며 서로 먼저 들어가기를 권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승자는 곽춘식, 그였다. 캘리칼리의 파트너인 단답벌레가 오랜만에 앉아있는 걸 발견하자 반가워하며 들어가고 싶어하는 눈치인 그를 냅다 밀어 넣어준 춘식의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

나중에 보자며 으르렁거리고는 카르나르의 지긋한 시선에 붙잡혀 씩씩거리면서도 제발로 그의 앞에 앉아 잔소리를 들을 준비를 하는 캘리칼리를 혼내는 것은 카르나르가 아니었다. 상냥한 미소로 걸어나오는 비밀소녀, 그녀였다. 보자마자 바로 고개를 돌려 카르나르를 구원자 보듯 보았으나 그조차도 그녀는 껄끄러웠는지 시선을 피해 춘식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성과는 있었나요? 살해협박이라니, 나름 큰 건수잖아요? 저 엄청 기대했답니다~. 그녀의 나긋한 물음에 그게.. 그러니까.. 머뭇거리며 말을 고르던 캘리칼리는 이내 그 특유의 뻔뻔함을 살려 능글맞게 웃었다. 그런 무서운 일을 건수로 보면 어떡하나, 자네 냉혹한 면이 있구만. 웃는 낯이지만 그대로 손가락을 까닥여 문을 닫는 것을 보며 곽춘식과 동료형사들은 그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통장의 명복을.

뒤이어 택시비만큼은 봐달라고 부탁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형사들은 애도해주었다.


이미지출처: https://pin.it/EiF9E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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